말소 irony daily

2010/01/3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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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소 - http://www.sushibar.cc/chloe/view/819


 호텔에서의 짧은 밤을 보내고 난 뒤 아침 일찍 회장에 갔던 날이었다. 다른 때보다 바쁜 일정에 조금의 정리조차 하지 못하고 부랴부랴 나온 것이었는데, 그 떨떠름함을 이유로 점심시간 이후 오후 일정에서 약간 짬을 내어 방에 되돌아간 터였다.
 맨 끝에서 두번째 방, 가는 길 복도 한 방, 한 방 모두 입을 열어 단장하는 중이다. 나만한 아들을 두고 있을 법한 청소부가 나를 보자 고개를 숙인다. 나의 방 역시 잠시 청소부를 맞이하고 있었는데, 나와 마주친 청소는 뭔가 잘못한 듯 고개를 떨구며 인사를 한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올까요하는 물음에 '괜찮습니다.'라고 간단히 답한 뒤, 방에 들어섰다.
 이럴수가. 방은 아주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내가 미처 휴지통에 담지 못한 것들은 마치 없었던 듯, 정리하지 못한 나의 물건들은 마치 이 방의 일부인 것 듯. 주름 하나 없는 침대를 무기로 방은 모든 흔적을 없애고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것은 내 방이 아니다. 전혀 새로운 방이다. 나의 흔적, 문화, 역사가 사라진 새로운 방이다. 오후가 되고 늘 새로운 손님을 맞게 되는 새로운 방이다. 말끔한 침대 시트에 다시 주름을 내며 현대의 어떠한 상실을 느낀다. 차가운 도시가 따스함을 잃은 이유가 그것일지 모른다.

룬룬 irony daily

2010/01/31 02:02 2010/01/31 02:02

인베이젼 (The Invasion, 2007) irony daily

2010/01/1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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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습격이란 내가 흥미로워할 소재로 만든 영화.

SF를 주 재료로 액션과 모성애를 버무리고자 한 듯 하지만, 결말까지 이어지는 흐지부지한 진행으로 인하여 긴장감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보다보면 마치 좀비물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오래가지는 못한다. 약한 주인공이라 도망가거나 숨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조차 별로 긴장이 없다. 덕분에 현실적 자각이 있는 채로 여유있게 볼 수 있었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필연성이나 주인공의 캐릭터가 크게 돋보이지 않는 점도 그저 평범한 영화의 한계랄까.

그럼에도 크게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다.

룬룬 irony daily

2010/01/15 02:00 2010/01/15 02:00
  1. 영화보러 가본 지 참 오래 됐군요.

    주위에 아무도 없었던 고로 '셜록 홈즈'를 혼자 보러 갈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습니다만, 일본여행 준비때문에 주말마다 좀 바빴더니 어느새 내렸더군요.

    언제쯤 또 취향인 영화가 나올까. orz

    현재 고민은 '아바타'를 보러 가야하는가 입니다.
    이제 정말 끝물일텐데 말이죠. :)

독서취향 테스트 irony daily/별점

2010/01/15 01:46

요즘 유행하는 독서취향 테스트입니다. 너도나도 하길래 저도 해보았습니다.
전 사바나가 나오네요.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나오지만 둘러보면 같은 취향 나온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취향 설명다른 취향 보기

열대우림 외곽에 위치한 사바나 기후는 독특한 건기가 특징. 수개월간 비 한방울 없이 계속되는 건기 동안 사바나의 생물들은 고통스러운 생존의 분투를 거듭한다. 가뭄과 불에도 죽지 않는 강인한 초지를 기반으로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번성하는 '야생의 천국'인 동시에, 혹독한 적자생존의 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또한 고대 인류의 원시 문명이 발생한 지역이기도.

건조한, 절제된, 강인한 생명력. 이는 당신의 책 취향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생물처럼, 치밀한 계획 하에 쓰여진 정교한 책을 선호. 책이란 무릇 간결하고 정확한 내용이어야 함.

  • 대초원 위의 야생동물 같은:
    사바나의 고양이과 육식 동물처럼 유유자적 고상한 취향. 과격하지도, 감정적이지도, 세속적이지도 않은 나름 고상한 선택 기준을 갖고 있음. 아마도 경험이나 교육에 의한 분별력으로 추정됨.

  • 절제된 현실주의:
    멍청한 감상주의, 값싼 온정주의, 상투적 가족주의, 이런 것들로 장사하려는 상업주의를 배격함. 문화적인 보수 성향이 있음. 지나치게 독창적인 책보다는, 절제력과 품격을 갖춘 것을 더 선호함.

당신은 출판시장에서 가장 보기 드문 취향 중 하나입니다. 분명한 취향 기준이 있음에도 워낙 점잖은 탓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당신의 취향은 다음과 같은 작가들에게 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움베르트 에코 
로마의 원형 경기장 시절부터, 인류는 줄곧 잔인한 구경거리를 좋아했다. 이런 소름 끼치는 고문에 대한 최초의 묘사 중 하나는 오비디우스에서 발견된다. 여기서 그는 아폴론이 한 음악 경연에서 사티로스인 마르시아스를 패배시킨 후 산 채로 그의 가죽을 벗겼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실러는 소름 끼치는 것에 대한 이 "자연적 성향"을 아주 잘 정의했다.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처형이 벌어질 때면, 사람들은 그 장면을 구경하려고 항상 흥분해서 달려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만약 오늘날 우리가 스스로를 "문명화"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다만 영화관에서 유혈 낭자한 "스플래터" 영화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일 텐데, 그 영화가 허구로서 제시되는 이상 관객들의 양심이 흔들릴 일은 없는 것이다.
- 추의 역사 中

김승옥
'바다가 가까이 있으니 항구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럴 조건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심(水深)이 얕은데다가 그런 얕은 바다를 몇 백 리나 밖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수평선이 보이는 진짜 바다다운 바다가 나오는 곳이니까요.'
'그럼 역시 농촌이군요.'
'그렇지만 이렇다 할 평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그 오륙만이 되는 인구가 어떻게들 살아가나요?'
'그러니까 그럭저럭 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들은 점잖게 소리내어 웃었다
- 무진기행 中

J.D. 샐린저
"나는 특히 목사라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내가 다닌 학교에는 모두 목사가 잇었는데 모두들 설교를 할 때마다 억지로 꾸민 거룩한 목소리를 냈다. 나는 그것이 역겨웠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내면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억지 소리를 내는 것이 더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설교가 모두 거짓으로 들린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 호밀밭의 파수꾼 中

룬룬 irony daily/별점

2010/01/15 01:46 2010/01/15 01:46
  1. 외톨이의 초연함, "툰드라" 독서 취향 이라고 나오내요 ㅜ.,ㅡ;;;

  2. 하하, 멋진 잡학다식의 스타일이신가봅니다!

  3. 헐 나도 이거 나왔는뎅

  4. 제일 적은 수라 하더니 죄다 이것인 듯;

  5. Blog Icon
    고외마른

    어느정도 맞는 것 같아서 잠깐 놀랐다.:)!
    나는 "열대우림". 내 결과나 오빠 결과나 얼추 맞는 것 같아서 재미있기도 하고.

  6. 옆 사람이 봐주는게 제일 정확하려나. 책을 고르거나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도 한 몫하는 것 같다.

  7. 전 전혀 안맞더라구요.. ;_;

  8. 오랜만이십니다~
    여기 id솔루션에서 테스트가 여러가지 나오는데, 좀 장황하기만 하고 안 맞는 사람도 더러 있더라구요. 그냥 재미로~

  9. 끝에 작가까지 추천해주는 것이 재밌네요. 개발자는 얼마나 많은 독서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